'오하이'라는 곳 들어봤어? LA근교 라는데? 여기서 한 시간 반 정도밖에 안 걸리네.
LA에 산 지도 어느 덧 10년 차. 웬만한 곳은 이미 한 번씩은 다 가봤거나, 최소한 이름을 들어봤을 텐데, 오하이라는 곳은 처음이었다. 마침 매일 다를 것 없는 일상이 약간은 무료하던 차였다. 그래, 이번 주말엔 오하이를 다녀오자!
그리하여 열심히 차를 밟고 오하이로 향하던 길. 갑자기 남편이 소리를 지른다.
엇? 저거 뭐야? 방금 봤어?
나도 순식간이지만 알록달록한 무엇인가가 내 눈에 확! 들어왔던 차였다.
양 방향으로 1차선씩 밖에 없던 깊은 산 속의 꼬불꼬불한 길이었지만, 다행히 지나가는 차도 많지 않았기에 우리는 잠시 차를 멈췄다 다시 돌아가 그들의 정체를 확인하기로 했다.
와우! 이게 뭐야? 진짜 뜬금없는데 재밌다!
눈으로 직접 확인한 이들은 거대한 새총과 형형색색의 바위였다. 우리는 대형 새총을 쏘는 시늉을 하고, 엄청난 크기의 바위를 손가락 하나로 드는 모습을 취하거나, 곳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잠시동안이었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보물을 찾은 느낌이었다고 해야 하나?
사전 조사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이 곳. 아주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유일하게 Ojai Valley News라는 곳에서 이 조형물들의 탄생 비화를 찾을 수 있었다.
예술 갤러리를 운영한 적이 있는 Jon Drucker와 Lalé Welsh 커플은 2020년에 Camp Comfort 남쪽의 부동산을 구입하게 된다.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지역을 지나는 자동차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지,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닫게 되었고, 실제로 과속으로 인한 여러 번의 사고도 있었다고 한다.
고심하던 이 예술가 커플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 수 있는 무엇인가를 설치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우연히 발견한 새총 모양의 오크 나무를 보고, 어렸을 적 즐겨했던 기억을 떠올렸고, 오래된 소방 호스를 잘라 고무줄처럼 만들었다. 산 속이었기에 근처에 많고 많은 바위 몇 개를 옮겨 밝은 색을 칠하고 가짜 탄약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한 달동안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게 되었다고...
참, 사람들은 여러 면에서 창의적이다. 나같이 사고가 유연하지 않은 사람은 사인판 하나 만들어 설치했을 것 같은데, 이를 예술로 승화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하다니... 때로는 직관적 방식보다 유머나 예술로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덕분의 평범한 나들이가 될 뻔한 하루가 "여행의 묘미는 예상치 못한 경험과 발견에서 오는 기쁨이지!"라며 혼자 어깨를 으쓱했던 기억으로 남았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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