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

[미국 포틀랜드 여행] 힐링 여행.추억팔이.끄적거림

LUV Angeles 2023. 1. 16.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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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내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큼 힘든 시기였다. 미국에서 잘 한 번 살아보겠노라고 큰소리 뻥뻥 쳤지만 현실의 높은 벽 앞에서 좌절하고, 무엇보다 개인사로 기나긴 우울의 터널을 지나던 중이었다. 

나 포틀랜드 갈려고!!
앗 진짜??!! 와우!! 우리 집에서 자고 가!

 

환호하며 기꺼이 2박 3일간 자기네 집으로 나를 들여준 이 친구는 20대 초, 나보다 훨씬 오래전 미국으로 와 갖은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멋진 '프로페셔널 사진작가'가 되어 있던 친구 'K'다. K와는 대학 동기인데, 결혼한 지도 꽤 되어 남편도 있는 그 집에 (지금 생각하면 진짜 민폐) 그렇게 묵게 되었다. 

 

반전이지만, 사실 대학교 때 K와는 인사도 안 하던 사이였다.

1학년 때는 같은 학부였다가 2학년때부터 과가 나뉘어 나는 신문방송학과, 이 친구는 광고 과가 되었는데, 1학년 때 한 반에 워낙 학생수가 많아 같은 수업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게다가 나는 굉장히 소심한 편이라 (ISFP다.) 친하지 않은 친구들에게 말을 잘 걸지 못하는 성격이었고, 이 친구와 함께 노는 친구들이 너무 튀어 보여서 다가갈 생각도 못했다. 웃긴 건, 그 튀어 보이던 친구들과 대학교 4학년 때쯤부터 굉장히 친해졌고, 그 친구들이 미국으로 간다는 내 말에 먼저 정착해 있던 K를 연결해 준 거다. 

 

그렇게 드문드문 연락을 시작하다 마침내 만나게 된 우리 둘은, 대학교 때 엄청나게 친했던 친구들처럼 수다 봇물이 터졌고, 이방인과 대학 동기, 부산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로 오래간만에 아껴둔 사투리를 폭발하며 급속도로 친해졌다. 

 

야, 내 그때 너거한테 말 붙일 생각도 못했다. 진짜 OOO 그 머리랑 옷이랑 너무 튀어가지고 내랑은 다른 세계 사람이구나 했다이가.
맞다 OOO 그때 진짜 튀긴 했었다. 우리도 뭐 느그들 맨날 방송국(학교 방송국)만 다니고 해서 친해질 생각도 못했다이가.

 

지금도 엄청나게 자주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지만,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멋진 친구다. 


포틀랜드는 정말 힙한 도시다. LA처럼 붐비지도 않고, 흠, 포틀랜드만의 분위기가 있다고 해야 하나? 사진작가 친구 둔 덕에 요래조래 분위기 있는 사진도 많이 찍어봤다.) 

 

포틀랜드
포틀랜드
포틀랜드
포틀랜드
포틀랜드

나름 (필터를 사용해서) 잘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과는 비교가 될 뿐. 길 가다가 갑자기 아! 저거 이쁘다 이러더니 찰칵! 하고는 나온 작품. 

 

포틀랜드
길가다 발견한 자동차 & 초록 나무의 이 절묘한 색 조화란...

 

사실 당시에는 LA를 떠나 머리를 식힐 요량으로 곳곳을 돌아다니는 여행은 하지 말아야지 했다. 그냥 LA를 떠나 있고 싶었고, 그뿐이었다. 하지만 또 친구 마음은 그렇지 않았던 듯. 

 

포틀랜드
포틀랜드

맛있는 거 먹이고 싶고, 좋은 곳 데려가서 예쁜  것 많이 보여주고 싶은 그 맘을 왜 모르겠어. 덕분에 예쁘고 맛있는 곳만 잘 골라서 열심히 구경하고 잘 먹었다는 뒷 이야기.

 

포틀랜드_카페
포틀랜드_카페
포틀랜드
포틀랜드
포틀랜드
포틀랜드
포틀랜드

 

마지막 날. LA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 이 여행의 목적은 힐링이었는데, 목표는 이미 달성된 이 여행에서 마지막 순간에 우리 눈에 들어온 무지개. 

 

무지개는 무지개인데... 그때 당시에는 무지개가 마치 하늘의 계시 혹은 메시지 같았다. (힘들 때는 누구나 무척이나 감정적이 된다고 믿는다.) 

 

게다가 쌍 무지개!

 

갑자기_뜬_쌍무지개

 

우와 쌍무지개다! 저거 봐바! 우리 이제 잘되려나보다!

 

무지개는 비가 개면서 나타나는 현상 아니던가!

 

게다가 하나도 아니고 쌍무지개면 우리 둘 다 잘 되는가 보다!!라고 해석했던 것 같다.

2박 3일간 "아 정말 힘들더라", "잘 될 거야, 힘내", "아 너도 힘들었구나"를 반복하던 우리였기에 그 의미가 더 확대 해석되었던 듯하다. 

 

물론 LA에 돌아와 보니 또다시 현실은 현실이었지만, 여행이라는 게 굳이 관광지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눈도장을 찍고, 발자취를 남기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지를 돌아다니지 않아도, 이번 여행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이유다.

 

포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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