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살벌 결혼 생활

미국에서... 6주 유산

LUV Angeles 2025. 2. 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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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40세. 많이 늦어버렸지만, 남편과 나를 닮은 아이는 꼭 가지고 싶었다. 임신을 향한 나의 여정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 

 

아이를 갖기 위한 노력을 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데, 마침내 나에게도 찾아온 두 줄!

 

어찌나 기뻤던지, 새벽에 곤히 자는 남편도 흔들어 깨우고 감격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몇 번을 다시 보고, 또다시 보고, 셀폰의 플래시를 켜서 또 보고, 두 줄이 혹여나 없어질까 매일매일 임신테스트기를 확인하고 안심하고를 반복했다.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찾아온 하혈. 임신 6주 째였다. 

 

남편과 한국의 부모님을 뵈러 가기 위해 비행기 티켓까지 끊었지만, 임신 소식에 내 티켓만 취소를 하고, 혼자 2주를 보낼 예정이었다. 고로, 하혈을 한 상황에서 난 혼자였다. 

 

회사에서 금요일 갈색의 피를 확인하고, 임신 중 하혈은 생각보다 흔하다는 글들을 읽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집으로 돌아왔지만, 멎을 낌새 없이 점점 더 검붉어지는 색깔에 절망을 느꼈다. 

 

심지어, 월요일은 프레지던트 데이로 미국의 연휴인 상황. 나의 첫 산부인과 진료는 그 주 목요일로 예정된 상태였다.

 

난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이었다면, 5주째부터 병원을 찾아갔었겠지만, 미국의 산부인과는 어떤 경우에는 10주가 지나가도록 첫 진료를 잡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응급실 갈 정도의 고통이 있는 건 아니었고, 약간의 불편함만 있는 정도라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점점 더 배가 아파질 수 있다는 글들을 보자 겁이 덜컥 나기 시작했다. 배가 아파서 운전을 못하게 되는 경우라면? 나 지금 여기 아무도 없는데... 심지어 친한 친구들도 멀리 살고 남편은 한국에 있고... 너무너무 무서웠다. 

 

결국 토요일 아침 산부인과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한인타운에 있는 일부 병원들은 토요일에도 문을 열었던 것. 

 

하지만...

 

내가 원래 가던 병원은 닥터가 분만은 하지 않는다고 했고, 토요일 진료도 보지 않았다. 또 다른 유명한 한인 닥터 오피스에는 전화를 해봤지만, 현재 환자들이 너무 많아 새로운 환자는 받지 않는다고 했고, 또 다른 병원도 분만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절망...

 

그나마 오픈을 했던 병원을 찾아 급하게 한인타운까지 가게 됐다. 초음파를 하고, 아기집은 있지만 사이즈가 5주 차 정도 된다고... 심장도 보이지 않았다. 하혈을 한다는 건 유산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므로, 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말만 듣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초음파 후 그날 밤 큰 덩어리의 무엇인가가 빠져나왔고, 확실히 유산임을 직감했다. 다행히 그때까지도 큰 통증은 없었다

 

월요일, 연휴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원래 가려던 병원으로 다시 전화했더니 연결이 되었다. 하지만...

 

비어있는 날짜 중 더 빠른 날은 없다. 응급 상황이면 응급실로 가라.

 

는 말만 듣고는 또다시 절망...

 

여전히 통증은 없었기에, 응급실에 가봤자, 엄청난 금액의 빌만 날아오고 별다른 대책이 없으며, 응급실에서 대여섯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는 후기들을 보고는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 

 

예정된 목요일. 

 

환희와 기쁨, 행복으로 가득 찰 예정이었던 그날의 첫 진료는 눈물로 마무리됐다.

 

의사는 토요일에 내가 분명히 보았던 그 조그마한 아기집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누워서 초음파를 보는데, 처음 보는 의사와 간호사 앞에서 자꾸 눈물이 난다.

어떡하지? 미치겠네... 근데 너무 슬프다.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간호사는 나에게 티슈를 건네주었고, 의사는 내가 마음의 정리를 할 수 있도록 잠시 시간을 주겠다며 자리를 비워주었다. 

 

얼마 후 돌아온 의사는 40대 이상의 여성이 임신을 하더라도 유지할 수 있는 확률이 50%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초기 유산이니 배아의 상태가 나이로 인해 좋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질의 난자와 정자를 인공적으로 빼내어 결합을 시키는 시험관 시술이 아무래도 더 확률이 좋을 수 있다며...

 

내가 좀 더 빨리 의사를 만났다면, 유산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나의 질문에는, 유산이 진행되는 걸 의사가 막을 수는 없다고... 

 

다정하게 다독이는 말투와는 달리, 참으로 차가운 말이었다. 

 

집으로 와 한바탕 울고는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유산이 맞대. 이제 아기집이 보이지 않는대...

 

남편은 그동안 혼자서 수고했다며, 자기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다. 완벽한 츤데레라 참 다정한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인데... 나의 건강이 지금은 더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남편의 말이,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의 말이 큰 힘이 된다. 

 

 모찌야. 우리 다시 꼭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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